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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환자의 재산, 법적 보호

     

    치매는 단지 건강상의 문제를 넘어 환자의 재산, 계약, 법적 책임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금융 피해와 재산 분쟁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에 큰 부담이 된다. 이 글에서는 치매 환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와 절차, 실무적인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치매 진단 이후, ‘재산 보호’는 가족의 우선 과제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 감퇴나 행동 변화에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실제로 치매가 중증화되면 판단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지며, 경제적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 금융 거래, 계약 체결 등이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악의적인 제삼자에 의한 사기나 재산 침탈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가족의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는 단지 ‘심리적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의 부모가 누군가의 설득에 의해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하거나,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증여하는 등의 일이 현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 경우 사후 대응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치매로 인한 판단능력 상실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하고 되돌리는 데는 시간과 비용, 법적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치매 진단을 받은 시점 또는 그 이전부터 환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준비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가족이 대신 관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법적으로 유효한 절차를 거쳐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가족 간의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치매 환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국내의 법적 제도와 절차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에 따른 실무적 접근 방법을 정리하고자 한다.

    재산 보호를 위한 주요 법적 제도와 절차

    치매환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법적 절차는 "한정후견제도, 성년후견제도, 유언대용신탁, 금치산·한정치산 폐지 후 대체 절차" 등이 있다. 각각의 제도는 치매 환자의 상태, 보호자의 역할, 재산 규모 등에 따라 적절히 선택되어야 한다. 1. "성년후견제도 (민법 제9장의2)" 이 제도는 인지 능력이 저하된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절차이다. 성년후견, 한정후견, 임의후견 등으로 구분되며, 그중 성년후견은 치매가 이미 중증으로 진행되어 판단 능력이 거의 상실된 상태일 때 활용된다. 가족이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고, 심문과 의사 진단서를 토대로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게 된다. 후견인은 환자의 부동산 처분, 은행 업무, 각종 계약을 대신할 수 있으며, 법원의 감독을 받는다. 이는 치매 환자의 재산이 무단 사용되거나 불법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장치이다. 2. "한정후견제도" 치매가 초기 또는 중기 단계일 때 주로 활용되는 제도다. 일부 의사결정은 본인이 가능하지만, 재산 관리나 중요한 계약 등 특정 분야에서만 도움이 필요할 때 해당된다. 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대리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제도는 본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재산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3. "임의후견제도" 치매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본인이 직접 지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앞으로 인지 능력을 상실할 경우, A 씨가 내 재산을 관리하도록 한다”라고 공증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는 제도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유언대용신탁" 고령자가 미리 자신의 재산을 신탁 회사에 맡기고, 사후나 질병 발생 시 그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정해두는 방식이다. 이는 복잡한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금융기관 연계" 현재 일부 은행에서는 치매 환자의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한 ‘고령자 보호 계좌 서비스’, ‘위험 거래 알림’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이 사전 등록을 해두면 일정 금액 이상의 인출이나 계약 시 보호자에게 알림이 전송되는 등의 대응이 가능하다. 6. "사전의료의향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비록 재산과 직접 관련되진 않지만, 치매 말기 상태에서의 치료 결정, 연명의료 여부 등에 대해 본인이 사전에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제도로, 재산 관련 결정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위의 제도들은 치매 환자의 인권과 재산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들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 제도는 법원, 금융기관, 공증인 등과의 협력이 필요한 절차이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의 준비와 제도의 활용이 재산 분쟁을 막는다

    치매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인지 능력 저하가 곧 재산 관리 능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고령자의 평생 모은 재산이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처분되거나, 가족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피해와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제는 ‘치매 진단 이후 대응’이 아니라, ‘치매 진단 이전부터의 준비’가 필요하다. 성년후견, 임의후견, 신탁제도 등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가족 전체의 부담을 줄이고 치매 환자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절차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율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보호**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치매 환자도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산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는 법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치매 환자의 재산 보호는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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