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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알츠하이머 마을 - 구조, 돌봄 체계, 지역사회와의 관계

     

    프랑스는 고령화와 알츠하이머 환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요양시설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마을’로 불리는 치매 친화적 공동체입니다. 이 마을은 치매 환자들이 질병의 낙인 없이 존엄성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으로,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을 본보기로 삼아 프랑스식 돌봄 철학과 결합하여 구현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프랑스 남서부의 다크스(Dax)에 조성된 ‘알츠하이머 빌리지(Village Alzheimer)’입니다. 오늘은 프랑스 알츠하이머마을의 설계, 운영,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알츠하이머  마을 구조

    프랑스 다크스에 위치한 알츠하이머 빌리지는 약 5헥타르 규모로 조성된 완전한 자급자족형 마을입니다. 이곳은 고전적인 병원이나 요양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주자들이 일상적인 삶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슈퍼마켓, 미용실, 카페, 도서관, 공연장, 정원, 산책로가 갖춰져 있으며, 120명의 환자가 10개의 주택 단지에 나뉘어 생활합니다. 각 주택은 8~10명의 환자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집 내부는 프랑스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꾸며져 있어 거주자들이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했습니다. 또 건물 간 이동은 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동 동선은 환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곡선 구조와 시각적 안내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정원과 채소밭은 거주자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인지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 마을은 폐쇄형 구조이지만 내부는 개방감 있게 설계되어 있어 거주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외부로 나가는 위험은 최소화했습니다. 마치 작은 프랑스 시골 마을처럼 구성된 이 공간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익숙함과 안정감을 제공하여 불안과 혼란을 줄이는 동시에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돌봄 체계

    알츠하이머 빌리지는 프랑스의 인본주의적 돌봄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환자는 환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라는 원칙 아래 모든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이 마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순한 간병인이 아니라 거주자와 삶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이며, 간호사, 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예술가,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복합적인 돌봄을 제공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을의 운영 전반에 자율성과 선택권이 중시된다는 점입니다. 거주자는 매일 아침 어떤 활동을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며, 참여 여부 또한 본인의 결정에 따릅니다. 음악회, 공예, 요리, 독서모임, 정원 가꾸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모든 활동은 거주자의 정체성과 기억, 감정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약물 복용이나 의료 행위도 가능한 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배려되어 있으며, 의료진은 환자와의 눈높이를 맞춘 대화를 통해 치료보다는 동행이라는 자세로 접근합니다. 또한 가족과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며, 마을 내에는 가족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방문도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운영 철학은 치매를 질병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선에서 출발한 것으로, 프랑스식 복지의 핵심 가치인 존엄과 자율성을 실현하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관계

    알츠하이머 빌리지는 프랑스 사회 전반에 치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단순히 보호 공간이 아닌, 치매 환자가 사회적 존재로서 존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며, 치매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민들은 마을 내 다양한 활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거나, 문화 프로그램의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세대 간 소통을 경험하기도 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사회의 외곽이 아닌 중심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프랑스 국민에게 치매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을 줄이고 더 많은 이해와 포용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또한 알츠하이머 빌리지는 프랑스 정부가 치매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험장이자 모델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마을의 운영 경험은 향후 국가 차원의 치매 돌봄 정책 설계에 있어 중요한 근거 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고령화와 치매 문제를 어떻게 품고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더 많은 유럽 국가가 이와 유사한 돌봄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

    프랑스 알츠하이머마을은 돌봄의 공간을 넘어서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복지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환자 중심의 설계, 존엄을 중시한 운영, 지역사회와의 깊은 연계는 앞으로의 치매 돌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도 인간적인 돌봄의 구조를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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