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에서 승인된 치매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약물에서 질병 자체를 겨냥하는 최신 항체 치료제까지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본문에서는 이들 약물의 작용 원리, 최신 승인 약물, FDA의 승인 기준 변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기존 FDA 승인 치매 약물의 작용 기전과 임상적 한계
FDA에서 최초로 승인한 치매 약물은 주로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표적으로 콜린에스터라아제 억제제(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와 NMDA 수용체 길항제(메만틴)가 있다. 도네페질과 같은 콜린에스터라아제 억제제는 뇌 속의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하여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일시적인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메만틴은 NMDA 수용체를 억제해 과도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줄여 신경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조절에 초점을 두고 있어 질병의 진행을 멈추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경도 또는 중등도 치매 환자의 일상 기능 유지에 기여하며 일부 환자에게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어지러움, 위장장애, 근육 경련 등이 보고되며 복약 순응도와 약물 반응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는 환자별로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질병 원인을 겨냥한 신약: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기존의 증상 완화 약물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원인을 직접 겨냥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매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대표적인 신약으로는 아두카누맙(Aduhelm)과 레카네맙(Leqembi)이 있으며 이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를 기반으로 하여 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고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두카누맙은 2021년 FDA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며 임상시험에서는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확인되었지만 인지기능 개선 효과는 명확하지 않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또한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같은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 신중한 사용이 요구되었고 의료계 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이후 2023년 승인된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보다 더 안정적인 임상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인지 저하 속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이 확인되어 더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항체 치료제는 조기 단계의 환자에게만 투약이 권장되며 투약 중 MRI를 통한 정기적인 뇌 모니터링이 필수로 요구되며 의료 접근성과 비용 부담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FDA의 치매 치료제 승인 기준 변화와 향후 전망
FDA는 기존의 인지기능 개선 여부에만 의존하던 승인 기준에서 벗어나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를 활용한 근거 중심의 신약 승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제거 여부를 평가 지표로 삼는 ‘가속 승인 제도(Accelerated Approval Program)’를 적용해 임상 3상 완료 전이라도 신약이 병리 기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치료 옵션이 부족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승인 이후에도 제약사는 장기 임상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승인이 철회될 수 있다는 위험도 동반된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약물 중에는 타우 단백질 억제제, 염증 조절제, 유전자 조작 기술 기반의 표적 치료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베타아밀로이드 외의 새로운 병리기전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패러다임을 다변화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FDA는 치매를 다요인적 질환으로 보고 항산화제, 장-뇌 축 개선 약물, 복합기 전 접근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치료제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치매 관리가 단일 약물에서 예방 중심의 통합적 관리로 진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결론
FDA 승인 치매 약물은 과거 증상 완화에 머물렀던 수준에서 벗어나 점차 질병의 근본 원인을 겨냥하는 항체 치료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은 이 흐름을 대표하는 주요 약물이다. 동시에 FDA는 생물학적 지표 기반의 승인제도를 강화하며 임상적 유효성뿐만 아니라 병리학적 개선 가능성도 치료제 평가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치매 치료의 가능성을 넓히는 동시에, 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